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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서 바로 ‘CAR-T 세포’를 만든다― 암·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뒤흔들 ‘인바디 셀 엔지니어링’ 최신 전략

빛조각 2025. 6. 26. 07:00

CAR-T 세포 (AI 이미지)

 

I. 기사 한눈에 보기

세포·유전자 치료의 패러다임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환자의 몸에서 T세포를 꺼내 먼 곳의 실험실로 보내고, 몇 주에 걸쳐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복잡한 과정. 이것이 지금껏 우리가 알던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의 현실이었습니다. 강력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과 긴 대기 시간, 제한된 접근성은 ‘그림의 떡’과 같은 치료법이라는 인식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과정을 환자의 몸 안에서, 단 한 번의 주사로 끝내는 기술이 현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체내(in vivo) CAR-T 세포 생성’, 즉 ‘인바디 셀 엔지니어링(In-body Cell Engineering)’이라 불리는 혁신적 전략의 최신 동향과 그 과학적 근거, 그리고 미래 전망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Science 2025년 6월 14일자 핵심 주장

최근 과학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가상의 연구(실제 발표된 여러 핵심 연구들을 종합한)는 이 기술의 잠재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한 논문은 표적 지질나노입자(tLNP)를 이용해 CAR 유전 정보가 담긴 mRNA를 체내 T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직접적인 세포 리프로그래밍이 가능합니다. T세포 표면의 CD5 단백질을 표적하는 지질나노입자를 정맥 주사하면, 복잡한 외부 공정 없이 환자 몸속에서 T세포가 CAR-T 세포로 직접 전환됩니다. 둘째,   

 

신속하고 강력한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인간화 마우스(인간 면역체계를 이식한 쥐)를 이용한 백혈병 모델에서는 반복 투여 시 거의 완전한 종양 소멸을 확인했으며,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 모델에서는 단 한 번의 투여로 B세포를 고갈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셋째, 광범위한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술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되는 B세포를 일시적으로 제거한 뒤 면역체계를 ‘초기화(immune reset)’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우연이 아닙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mRNA-LNP 백신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했고, 이때 축적된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가 이제 CAR-T와 같은 더 복잡한 유전자 치료 분야로 흘러 들어와 혁신을 가속하는 것입니다.

2. 기존 외부 제조(ex vivo) CAR-T 치료와의 차별점

기존의 체외(ex vivo) CAR-T 치료는 환자 맞춤형 ‘수제 약’에 가깝습니다.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성분채집술)하고, 냉동 상태로 중앙 생산 시설로 보내고,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유전자를 삽입한 뒤, 수 주간 배양하여 수억 개로 증식시키고, 다시 냉동하여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환자는 이 세포를 주입받기 전,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항암화학요법(림프구 고갈 요법)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체내(in vivo) CAR-T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합니다. 미리 대량 생산해 둔 ‘기성품’ 주사제를 환자에게 투여하면 끝입니다. 이는 단순히 공정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치료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비유하자면, 거대한 중앙 컴퓨터(메인프레임)를 소수의 전문가만 사용하던 시대에서, 누구나 강력한 성능을 손안에 쥘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과 같습니다. 이 기술은 CAR-T 치료를 소수의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한 특수 의료 시술에서, 잠재적으로는 모든 종양내과 클리닉에서 처방 가능한 표준 약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암에 대한 개인화된 공격을 위해 CAR T 세포 치료법은 면역 세포를 재프로그램합니다. https://www.bms.com/media/media-library/scientific-media-resources/targeting-cancer-with-cell-therapy.html


II. 기술 메커니즘 ― ‘세포 공장’을 몸 안에 짓는 방법

체내에서 CAR-T 세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의 핵심은 ‘어떻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유전 물질을 표적 세포에 전달하는가’에 있습니다. 이제 약은 세포 자체가 아니라, 유전 정보를 담아 배달하는 ‘전달체(vector)’가 됩니다.

1. 목표 세포(림프구·조혈모세포) 선택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단연 면역계의 핵심 병사인 T 림프구(T-lymphocyte)입니다. 전달체가 혈액 속 수많은 세포 중 T세포만을 정확히 찾아가도록, 전달체 표면에는 T세포 표면에만 있는 특정 단백질(예: CD3, CD4, CD5, CD8)에 결합하는 항체나 리간드를 부착합니다. 이를 통해 다른 세포에 유전자가 잘못 전달되는 위험을 최소화합니다.

 

더 나아가, 연구자들은 면역세포를 계속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를 표적으로 하는 연구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혈모세포에 CAR 유전자를 심을 수 있다면, 평생에 걸쳐 CAR-T 세포가 자가 재생산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영구적 항암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기술적으로 훨씬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2.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LNP-mRNA 등 전달 플랫폼

체내 세포 공장을 짓기 위한 ‘건축 자재(CAR 유전자)’를 운반하는 ‘트럭(전달 플랫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바이러스 벡터 (Lentivirus & AAV): 바이러스는 본래 세포에 침투해 자신의 유전 정보를 주입하는 전문가입니다. 이 능력을 활용하되, 질병을 일으키는 부분은 모두 제거한 ‘안전한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사용합니다. 렌티바이러스(Lentivirus)는 CAR 유전자가 담긴 DNA 조각을 T세포의 염색체에 직접 끼워 넣습니다. 한 번 삽입되면 T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복제되므로, 이론적으로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는 CAR-T 세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우모자 바이오파마(Umoja Biopharma)가 개발한 ‘VivoVec’ 플랫폼이 대표적인 렌티바이러스 기반 체내 CAR-T 기술입니다.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Adeno-associated virus) 역시 DNA를 전달하지만, 보통 염색체에 삽입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episome)합니다. 이 때문에 유전자 발현이 오래 지속되면서도, 염색체 변이를 일으킬 위험(삽입 돌연변이)은 렌티바이러스보다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 동물 실험에서 AAV를 이용해 체내에서 CAR-T 세포를 만들어 종양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非)바이러스 벡터 (LNP-mRNA):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해진 지질나노입자-mRNA(LNP-mRNA) 기술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합니다. DNA 대신, CAR 단백질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mRNA를 지질 입자로 감싸 T세포에 전달합니다. T세포는 이 설계도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CAR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mRNA는 수일에서 수 주 내에 자연적으로 분해되므로 CAR 발현도 일시적입니다. 이는 세포의 DNA를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높습니다. 앞서 언급된 Science 논문의 CD5 표적 tLNP 기술이 바로 이 방식이며, 70% 이상의 높은 형질 주입 효율과 강력한 생체 내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3. 체내(in vivo) 유전자 편집 vs. 체외(ex vivo) 편집 비교

체외 편집은 통제성이 최대 장점입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최상의 T세포를 고르고, 유전자 변형이 정확히 일어났는지 확인하며, 주입 전 철저한 품질 검사(QC)를 거칩니다. 이는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입니다.

 

반면, 체내 편집은 이 통제성을 포기하는 대신 편의성과 확장성을 얻습니다. 품질 검사 단계가 사라지고, 모든 안전성의 책임은 오롯이 전달체의 정교한 설계에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체내 편집은 중요한 이점을 가집니다. 체외 배양 과정은 T세포에게 매우 가혹한 환경입니다. 인공적인 환경에서 몇 주간 강제로 증식되는 동안 T세포는 지치고(exhaustion) 늙어버려(differentiation), 정작 환자 몸에 들어갔을 때의 치료 효과와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체내 편집은 T세포를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변형시키므로, 더 건강하고 오래 지속되며 강력한 CAR-T 세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전달 플랫폼의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차이를 넘어, 치료 전략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렌티바이러스와 같은 통합형(integrating) 벡터는 한 번의 치료로 완치를 노리는 ‘one-and-done’ 전략에 적합합니다. 암처럼 지속적인 면역 감시가 필요한 질병에 유리하지만, 영구적인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나 2차 암 발생의 위험을 내포합니다. 반면, LNP-mRNA와 같은   

 

일시적(transient) 발현 플랫폼은 치료의 개념을 바꿉니다. 이제 치료는 한 번의 완치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반복 투여하고 용량을 조절하는 ‘만성질환 관리형’ 약물이 됩니다. 이는 자가면역질환처럼 면역계를 영구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B세포를 제거해 ‘면역 리셋’을 유도하고 싶을 때 매우 유용합니다. 부작용 발생 시 투여를 중단하면 효과가 사라지는 ‘안전 스위치’가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결국 두 플랫폼은 서로를 대체하기보다, 각기 다른 질병과 치료 목표에 맞춰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 응집체 및 Empty/Full 분석 https://www.agilent.com/ (AI 이미지)


III. 전임상 데이터 팩트체크

‘게임 체인저’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냉정한 과학적 검증 과정이 있습니다. 동물 실험 데이터는 인간에게 적용하기 전, 이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잣대입니다.

1. 쥐·원숭이 모델 암 완전관해(CR) 비율

마우스 모델: 인간의 종양과 면역세포를 이식한 인간화 마우스 모델에서 체내 CAR-T 기술은 극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생체발광영상(bioluminescence imaging) 기술을 통해 종양의 크기를 추적한 결과, AAV나 LNP 기반의 체내 CAR-T 치료 후 종양에서 나오는 빛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상당한 종양 퇴행” 및 “거의 완전한 종양 소멸”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체내에서 생성된 CAR-T 세포가 강력한 항암 활성을 가짐을 시사합니다.

 

영장류(원숭이) 모델: 이는 인간에게 적용 가능성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인간과 유사한 면역체계를 가진 원숭이 모델에서의 성공은 임상 진입의 청신호로 여겨집니다. 특히 우모자(Umoja)사의 VivoVec 플랫폼 연구는 주목할 만합니다. 연구팀은 림프구 고갈 항암치료 없이 VivoVec 입자를 원숭이에게 주사한 결과, 순환 T세포의 최대 65%가 CAR-T 세포로 전환되었고, 이로 인해 B세포가 10주 이상 완전히 고갈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강력한 생물학적 활성을 증명한 것으로,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준 중요한 결과입니다.

2. 사이토카인 폭풍·오프타깃(Off-target) 독성 지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기존 CAR-T 치료의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 중 하나인 사이토카인 폭풍은 체내 생성 기술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안전성 지표입니다. 일부 마우스 모델에서 체내 CAR-T 투여 후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6(IL-6) 수치가 상승하는 등 CRS와 유사한 증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CAR-T 세포가 활발히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전성 위험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학계에서는 한 번에 다량의 활성화된 세포를 주입하는 체외 방식과 달리, 체내에서 점진적으로 생성·활성화되는 방식이 더 생리적이고 조절된 면역 반응을 유도해 CRS의 중증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현이 일시적인 LNP-mRNA 플랫폼이 이 점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오프타깃(Off-target) 독성: 이는 체내 유전자 치료의 가장 근본적인 우려 사항입니다. 전달체가 엉뚱한 세포를 공격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 표적-일치, 종양-불일치(On-target, off-tumor) 독성: CAR이 표적하는 항원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일부 정상 세포에도 있을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CD19는 악성 B세포뿐 아니라 정상 B세포에도 존재하므로, CD19 CAR-T 치료는 필연적으로 정상 B세포 고갈을 유발합니다. 이는 예상 가능하고 관리가 가능한 부작용입니다.
  • 오프타깃 형질 주입(Off-target transduction): 전달체가 T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예: 간세포, 조혈모세포)에 CAR 유전자를 전달하는 경우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전달체 표면에 T세포 표적 리간드를 부착하는 등 정밀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만약 통합형 벡터가 엉뚱한 세포의 유전체에 삽입되면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삽입 돌연변이(Insertional mutagenesis): 렌티바이러스 같은 통합형 벡터에만 해당하는 위험입니다. CAR 유전자가 무작위로 염색체에 끼어들어가 암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종양 억제 유전자를 망가뜨려 2차 암을 유발할 가능성입니다. 기존 체외 CAR-T 제품에도 이 위험성 때문에 FDA의 블랙박스 경고문이 붙어 있으며, 주입 전 품질 검사가 불가능한 체내 치료에서는 이 위험이 더욱 중요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3. 자가면역 모델(루푸스)에서의 면역 재조정 효과

체내 CAR-T 기술은 암을 넘어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목표는 종양 사멸이 아닌,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와 같은 질환에서 자가항체를 만드는 ‘불량 B세포’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미 체외 CAR-T 치료는 소수의 루푸스 환자에서 약물 없이 관해를 유도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체내 접근법은 이 효과를 단 한 번의 주사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영장류 모델에서 확인된 강력하고 지속적인 B세포 고갈 효과는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면역 재조정(immune reset)’ 개념입니다. B세포가 고갈된 후 다시 생성될 때, 자가항체를 만들던 기존의 ‘결함 있는’ B세포가 아닌, 새로운 ‘순진한(naïve)’ B세포가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면역계의 오류 자체를 초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매우 중요한 발견입니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에서 캡시드 단백질의 식별 확인 https://www.agilent.com/ (AI 이미지)


IV. 왜 ‘게임 체인저’로 불리나?

과학적 잠재력이 어떻게 실제 의료 현장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시간, 비용, 그리고 치료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에 있습니다.

1. 제조 기간 90 → 7 일 이하 단축

기존 체외 CAR-T의 ‘정맥에서 정맥까지(vein-to-vein)’ 걸리는 시간은 대기자 명단 등록부터 세포 채취, 이송, 2~7주간의 제조, 재이송까지 포함하면 수개월에 달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악화되는 암 환자에게 이 기다림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CAR-T 세포가 제조되는 동안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독한 ‘가교 요법(bridging therapy)’을 받아야 합니다.

 

체내 CAR-T는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미리 대량 생산되어 창고에 보관된 ‘기성품(off-the-shelf)’ 주사제를 즉시 투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수개월에서 정맥주사 한 번 맞는 시간으로 극적으로 단축됩니다. 이는 이 기술이 가진 가장 큰 임상적 장점일 것입니다.

2. 1회 주사 대비 추정 치료 단가

현재 미국에서 체외 CAR-T 치료제의 약가는 약 40만~50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며, 입원비와 부작용 관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치료 비용은 100만 달러를 훌쩍 넘기도 합니다. 이 엄청난 비용의 주된 원인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위해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복잡하고 노동집약적인 생산 공정입니다.

 

체내 CAR-T는 경제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꿉니다. 약은 더 이상 환자 맞춤형 세포가 아니라, 항체 의약품처럼 표준화된 공정으로 대량 생산되는 ‘벡터’입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직 확정된 가격은 없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이 기술이 기존 화학요법 수준의 비용으로 낮춰져 전 세계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반복 투여·용량 조절 가능성

체외 CAR-T는 일반적으로 단 한 번 투여하는 치료법입니다. 재투여는 매우 어렵고 비싸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LNP-mRNA와 같은 일시적 발현 플랫폼을 사용하는 체내 CAR-T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차 용량을 늘려가며 최적의 치료 효과와 최소한의 독성을 보이는 ‘치료 창(therapeutic window)’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치료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면, 다시 주사를 맞아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완치가 어려운 암을 만성질환처럼 관리하거나, 자가면역질환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다만 이 장점은 바이러스 벡터에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첫 투여 후 우리 몸의 면역계가 바이러스 벡터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다음 투여 시에는 약효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 인프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현재 CAR-T 치료는 성분채집술 장비, 세포 처리 시설, 그리고 심각한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갖춘 소수의 최상위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합니다. 이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크게 제한합니다. 하지만 바이알에 담겨 배송되고, 일반 주사제처럼 투여할 수 있으며, 안전성까지 개선된 체내 CAR-T 제품이 나온다면, 치료의 장소는 대형병원에서 지역사회 암센터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는 세포 치료가 소수만을 위한 첨단 의료에서 벗어나 암 치료의 주류로 편입되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지질 나노입자 조성 및 캡슐화 https://www.agilent.com/ (AI 이미지)


V. 남은 난제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넘어야 할 산도 높습니다. ‘게임 체인저’라는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학적, 기술적 난제들이 존재합니다.

1. 체내 편집 효율·균질성 확보

체외에서는 높은 비율의 T세포가 성공적으로 변형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내에서는 전달체가 온몸을 순환하며 수많은 T세포를 찾아내 충분한 양을 변형시켜야만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효율이 낮으면 치료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또한, 체외에서 만들어진 CAR-T 세포는 비교적 균일한 집단이지만, 체내에서 만들어질 경우 유전자가 변형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 그리고 CAR 발현량이 제각각인 세포들이 뒤섞인 불균일한 집단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뒤섞인 세포들이 일관성 있는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른바 ‘블랙박스’ 문제, 즉 주사제가 몸 안에 들어간 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관찰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체내 치료법의 가장 큰 근본적인 도전 과제입니다.

2. 장기 삽입형 발현(지속성) 관리

암 치료에서 장기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CAR-T 세포가 오랫동안 살아남아 암세포를 감시해야 합니다.

 

통합형 벡터(렌티바이러스 등)의 경우, 염색체에 삽입된 CAR 유전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의 자체적인 조절 기전에 의해 ‘침묵(silencing)’되어 발현이 꺼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암의 재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비통합형 벡터(LNP-mRNA)는 발현이 본질적으로 일시적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는 안전성 측면에서는 장점이지만, 지속적인 면역 감시가 필요한 암에는 효과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복 투여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반복 투여의 안전성과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T세포의 기억 능력을 향상시켜 지속성을 높이는 FOXO1과 같은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3. 생체 내 바이럴 백본에 대한 면역 반응

우리 몸의 면역계는 바이러스나 지질나노입자 같은 외부 침입자를 제거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체내 CAR-T 치료의 효과를 저해하는 심각한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적인 감염을 통해 특정 AAV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제가 T세포에 도달하기도 전에 면역계에 의해 중화될 수 있습니다.

 

설령 첫 투여가 성공하더라도, 우리 몸은 이 전달체를 기억하고 다음 침입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항체와 기억 T세포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특히 반복 투여가 필수적인 LNP-mRNA 플랫폼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투여로 갈수록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는 ‘면역원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면역계를 회피하는 ‘스텔스’ 벡터를 개발하거나, 여러 종류의 벡터를 번갈아 사용하는 전략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mRNA 무결성, 5' 캡핑 및 폴리(A) 테일 https://www.agilent.com/ (AI 이미지)


VI. 임상·규제 로드맵

이 혁신 기술이 실험실을 나와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어떤 길을 거쳐야 할까요? 임상시험과 규제 승인의 여정은 험난하지만, 그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1. FDA ‘in vivo CAR-T’ 1상 허가(2026 예상)

체내 CAR-T 치료제의 첫 번째 인체 대상 임상시험(1상)은 이 분야의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현재 영장류 연구의 진행 속도를 고려할 때, 이르면 2026년경 미국 FDA의 첫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규제 당국은 IND 신청서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것입니다. 특히, 동물 모델에서 벡터가 어디로 퍼져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생체 분포 데이터, 의도치 않은 세포를 공격할 가능성을 평가한 오프타깃 분석, 그리고 생식세포로 유전 정보가 전달될 위험성 평가 등이 핵심 심사 대상이 될 것입니다. FDA는 이미 체외 CAR-T 및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방대한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 최종 약물이 환자 몸 안에서 만들어져 주입 전 품질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체내 치료법의 특수성은 새로운 규제 과학적 접근을 요구할 것입니다.

2. EMA·식약처 가이드라인 동향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첨단치료의약품(ATMP)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EMA는 유전자변형생물체(GMO) 및 환경위해성평가에 대해 미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어, 체내 치료제 개발사는 유럽 시장 진출 시 추가적인 규제 장벽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는 기본적으로 FDA와 EMA의 규제 동향에 발을 맞추겠지만,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자체 심사 절차를 따를 것입니다. 첫 번째 체내 CAR-T 치료제에 대한 규제 당국의 심사 과정은 향후 모든 후발 주자들이 따라야 할 선례를 만들 것이기에, 첫 IND 승인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전체 분야의 규제 경로를 개척하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입니다.

3. 연령·질환별 맞춤 프로토콜 전망

초기 임상시험은 다른 치료법이 없는 재발성·불응성 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위험 대비 이익이 가장 명확한 경우에 집중될 것입니다. 소아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 데이터가 요구될 것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임상 프로토콜은 암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입니다. 치료 목표는 종양 반응률이 아닌 루푸스 활성도 지수(SLEDAI)와 같은 질병 활성도 점수와 자가항체 수치의 변화가 될 것입니다. 투여 용량 또한 암세포 박멸이 아닌 면역 조절을 목표로 더 낮게 설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에는 질병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벡터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적인 암에는 지속성이 긴 통합형 벡터를, 자가면역질환에는 조절이 용이한 일시적 발현 벡터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Christoph Burgstedt/Stock.Adobe.com (AI 이미지)


VII. 한국 환자·의료진이 알아둘 것

이 글로벌 기술 혁신은 한국의 환자와 의료 현장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1. 국내 기술 파이프라인·특허 상황

아직 국내 기업이 체내 CAR-T 파이프라인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반 기술과 인프라는 착실히 쌓이고 있습니다. 큐로셀, 티카로스 같은 기업들이 체외 CAR-T 치료제 개발을 통해 임상 경험과 생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차세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또한,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선두주자인 툴젠은 차세대 CAR-T 관련 핵심 특허를 확보하고 있어, 미래 국내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비록 선두 주자는 아니지만, 강력한 바이오 인프라와 정부의 지원, 그리고 ‘킴리아’ 도입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분야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될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2. 건강보험·혁신 의료기술 평가 이슈

결국 환자에게 치료가 닿으려면 건강보험 적용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체외 CAR-T 치료제인 킴리아의 1회 투여 비용은 약 3억 6천만 원이며, 건강보험 적용 후 환자 본인부담금은 약 600만 원 수준입니다.

 

새로운 체내 CAR-T 치료제가 도입된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임상적 유용성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법 대비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급여 목록에 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혁신성이 높지만 고가인 약물을 평가하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발사들은 약가 자체의 인하 가능성뿐만 아니라, 성분채집술, 가교 요법, 부작용 관리를 위한 입원 기간 단축 등 ‘총 치료 비용(total cost of care)’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정교한 약물 경제성 데이터로 입증해야만 험난한 급여 등재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병원 IRB 준비 체크리스트

향후 체내 CAR-T 임상시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병원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차원에서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 새로운 동의서 양식: 환자에게 체내 유전자 변형의 개념과 위험성, 특히 통합형 벡터의 경우 2차 암 발생 가능성과 15년간의 장기 추적 관찰 의무 등을 명확히 설명하는 동의서가 필요합니다.
  • 생물안전성 규약: 유전자변형생물체(GMO) 관련 규정을 준수하며, 유전자 치료 벡터를 안전하게 취급하고 투여하기 위한 병원 내 프로토콜을 수립해야 합니다.
  • 장기 추적 관찰 시스템: 10년 이상 환자를 추적하며 2차 암과 같은 지연성 부작용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약제부 및 임상팀 교육: 새로운 작용 기전과 잠재적 독성에 대해 관련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사전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Kymriah is a 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CAR-T) therapy. Credit: Alpha Tauri 3D Graphics / Shutterstock.


VIII. 결론 ― “차세대 세포치료의 ‘모바일 공장’ 시대”

체내 CAR-T 세포 생성 기술은 세포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입니다. 이제 환자의 몸은 단순히 치료를 받는 수동적인 공간이 아니라, 질병이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약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모바일 공장(mobile factory)’이 됩니다.

이 기술은 수많은 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합니다. 복잡하고 비쌌던 치료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기성품’으로 만들어 세포 치료의 민주화를 이끌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몸 안에 직접 세포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엄청난 가능성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을 동반합니다. 효율성, 지속성, 안전성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치열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그 위대한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그 끝에는 의학의 역사를 새로 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참고자료

  •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AAS) - Targeted nanoparticles enable in vivo production of CAR T cells for cancer therapy
  • Umoja Biopharma, Inc. - Umoja Biopharma Announces Publication in Blood Highlighting Successful Generation of In Vivo CAR T-cells in Non-Human Primate Modeling
  • Nature Medicine - Efficacy and safety of anti-CD19 CAR T cell therapy in patients with refractory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 Pharmaceutical Technology - Do in vivo CAR-T cell therapies have the potential to overtake ex vivo CAR-Ts?
  • Frontiers in Immunology - Engineering strategies to safely drive CAR T-cells into the future
  •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 Considerations for the Development of Chimeric Antigen Receptor (CAR) T Cell Products
  • 한국바이오협회 - 글로벌 CAR-T 세포치료제 시장의 현황 및 전망
  •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 2024년 美 FDA 승인 세포·유전자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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