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권의 성경과 그 외전들
결정의 역사와 배제된 텍스트들의 비밀
I. 들어가는 말
기독교의 성경은 총 66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숫자가 마치 하늘에서 정해진 듯한 신성한 기준처럼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왜 성경은 66권일까?”
“성경에서 빠진 책들은 없을까?”
“누가 이 기준을 정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정치적이며, 인간적인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성경’이라고 부르는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밖으로 밀려난 외전들(아포크리파) 속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를 탐구해보겠습니다.
II. 성경은 언제, 어떻게 ‘66권’으로 정해졌을까?
성경은 단숨에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문서들이 읽히고 논쟁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는 역사적 회의와 결정의 결과물입니다.
성경 정경화의 역사적 과정
- 니케아 공의회 (AD 325)
→ 주로 예수의 신성과 교리 문제를 논의, 정경 논의는 시작 단계에 그침 - 라오디게아 공의회 (AD 363)
→ 처음으로 교회가 공식적으로 ‘읽어야 할 책’과 ‘읽지 말아야 할 책’을 구분 - 카르타고 공의회 (AD 397)
→ 현재 개신교에서 사용하는 66권과 거의 유사한 정경 목록 채택
이러한 결정은 ‘신의 계시’라기보다는,
교회의 필요, 정치 상황, 교리 통일의 목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III. 성경 밖에 존재하는 외전들은 어떤 책들일까?
성경 정경화 과정에서 제외된 문서들을 우리는 보통 ‘외경(Apocrypha)’ 또는 ‘위경(Pseudepigrapha)’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초기 교회에서도 널리 읽혔고, 때로는 성경만큼이나 신학적 권위를 가진 책들이었습니다.
외전의 종류와 예시
- 토비트서, 유딧서, 마카베오기서 등: 카톨릭과 정교회에서는 지금도 ‘제2정경’으로 인정
- 에녹서, 아담과 하와의 책, 유다복음, 도마복음 등: 초대 교회 일부에서 신앙적 자료로 사용됨
- 마리아의 탄생, 요셉의 죽음, 베드로의 계시 등: 후기 문헌에서 신비주의적 성격 강함
이 외전들은 때로는 기존 정경보다 더 오래된 기원을 갖기도 했고,
초기 교부들 중 일부는 이를 설교나 교리 해석의 근거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IV. 왜 이들은 성경에 포함되지 못했을까?
교회는 단지 오래되고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정경으로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은 오늘날에도 많은 비판과 의문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정경 결정 기준 요약
- 사도적 기원: 예수의 직접 제자 혹은 그들의 제자들이 쓴 책인가?
- 정통성: 교회의 교리와 모순되지 않는가?
- 보편성: 여러 지역 교회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가?
- 영감성: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되었는가? (주관적 판단)
그러나 실제로는:
- 일부 외전은 사도적 기원을 주장하며, 내용도 유사했지만 제외되었고
- 지역 교회에서는 정경보다 외전을 더 선호하기도 했으며
- 회의에 따라 어떤 책은 포함되었다가 나중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즉, 정경과 외전을 구분한 기준은 일관되지 않았고,
이는 지금도 신학적 논쟁의 핵심 주제가 됩니다.
V. 고고학과 현대 학문이 밝혀낸 것들
20세기 중반,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사해 두루마리는
성경과 외경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최근의 주요 발견
- 도마복음: 예수의 ‘숨겨진 말씀들’을 담은 책으로, 정통 복음서와는 전혀 다른 형태
- 에녹서: 구약보다 오래된 서사 구조와 신화적 세계관 포함
- 유다복음: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것이 아닌, 예수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라는 충격적 시각 제시
이러한 문서들은 정경 성경과는 다른 신학과 예수의 이미지를 담고 있어,
기독교 초기의 신앙의 다양성을 드러냅니다.
VI. 우리는 어떻게 이 진실들을 마주해야 할까?
지금까지 우리는 오직 66권의 성경을 하나의 진리로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고고학과 역사학은 그 뒤에 감춰진 복잡한 결정 과정과 배제된 진실들을 보여줍니다.
질문을 던져야 할 때
- 만약 성경의 구성이 신의 계시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적 결정이었다면?
- 외전 속 예수의 말씀이 지금의 신앙보다 더 원형에 가까운 것이라면?
- 우리는 지금의 ‘정경’만을 신앙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도 괜찮을까요?
신앙은 의심 없이 믿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로 더욱 깊어지는 법입니다.
VII. 결론 – 경계 너머의 신앙
성경이 66권으로 ‘정해진’ 것은
신의 손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정리된 역사였습니다.
외전들 속에는 우리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예수의 모습,
다른 구원의 서사, 다른 형태의 믿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배제된 텍스트들을 단지 ‘이단’으로 몰기보다,
그 안에서 우리가 몰랐던 믿음의 색깔을 발견해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할 때입니다.
참고자료
- Bruce M. Metzger – The Canon of the New Testament: Its Origin, Development, and Significance (Oxford University Press 제공 제품 페이지)
- Bart D. Ehrman – Lost Christianities: The Battles for Scripture and the Faiths We Never Knew (Amazon 제공 페이지)
- James M. Robinson (ed.) – The Nag Hammadi Library in English (Amazon 제공 편집본 페이지; 참고로 Internet Archive에서도 일부 자료 열람 가능)
- Elaine Pagels – The Gnostic Gospels (Amazon 제공 페이지)
- Geza Vermes – The Complete Dead Sea Scrolls in English (Seventh Edition, Penguin Classics) (Amazon 제공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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