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역사

벙커버스터 완전 해부 – GBU-28·GBU-57부터 최신 ‘스마트 딥펜’까지 성능·관통 실험·전장 활용도를 한눈에

solvianq 2025. 6. 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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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완전 해부 – GBU-28·GBU-57부터 최신 ‘스마트 딥펜’까지 성능·관통 실험·전장 활용도를 한눈에 (지브리 스타일 AI)

 

현대전의 양상이 하늘과 땅, 바다를 넘어 지하로 확장되면서, 견고하게 요새화된 지하 시설은 국가의 핵심 전략 자산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습니다. 지휘통제소, 핵·미사일 기지, 심지어 국가 지도부의 전시 대피소까지, 이 모든 것이 수십 미터의 흙과 암반, 특수 콘크리트 아래 숨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지하의 성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탄생한 무기가 바로 ‘벙커버스터(Bunker Buster)’입니다. 이 글에서는 1991년 걸프전에서 급조되어 전장의 판도를 바꾼 GBU-28부터, 14톤의 무게로 지축을 흔드는 GBU-57 MOP, 그리고 스텔스 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라는 미래의 관통탄에 이르기까지, 벙커버스터의 모든 것을 과학적·군사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진화의 역사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I. 벙커버스터란 무엇인가?

1. 정의와 탄생 배경 – 1991년 걸프전 ‘철제 플루트’ 이야기

벙커버스터는 단순히 폭탄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견고하고 깊게 매설된 목표(Hard and Deeply Buried Targets, HDBT)’를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특정 목적을 가진 무기 체계를 의미합니다. 그 본질은 목표물 표면이 아닌, 지하 깊숙한 곳까지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함으로써, 외부 충격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하 시설의 구조 자체를 붕괴시키는 데 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벙커버스터가 극적으로 등장한 무대는 1991년 걸프전이었습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제공권을 장악했지만, 바그다드 외곽 알 타지(Al Taji) 공군기지 지하에 위치한 사담 후세인의 핵심 지휘통제 벙커는 기존의 폭탄으로 파괴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미 공군이 보유한 최강의 관통탄두 BLU-109로도 이 벙커를 뚫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전례 없는 긴급 개발 요구가 제기되었습니다.  

 

이때 탄생한 것이 바로 GBU-28입니다. 미 공군 에글린 공군기지의 엔지니어 앨버트 와이모츠(Albert L. Weimorts)의 주도하에, 설계부터 첫 실전 투입까지 불과 2~3주밖에 걸리지 않은 이 무기는 전시 상황의 절박함이 낳은 혁신의 산물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일화는 생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미 육군에서 퇴역한 M110 8인치(203mm) 자주포의 포신을 잘라 폭탄의 외피(케이싱)로 재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엄청난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된 포신용 고강도 강철은 관통탄의 케이싱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였고, 길고 날렵한 모양 때문에 ‘철제 플루트(Iron Flute)’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하 목표물을 파괴한다는 개념 자체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의 설계자 반스 월리스(Barnes Wallis)가 개발한 5톤급 ‘톨보이(Tallboy)’와 10톤급 ‘그랜드슬램(Grand Slam)’은 ‘지진 폭탄(Earthquake bomb)’이라는 개념을 현실화한 무기였습니다. 이 폭탄들은 목표물에 직접 명중하는 대신, 그 옆 지면에 깊숙이 파고들어 지하에서 거대한 공동(Camouflet)을 만들고, 그 충격파로 목표물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원리였습니다. 이는 현대 벙커버스터가 추구하는 지하 파괴 효과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일반 공대지 폭탄·관통탄과의 차이점

벙커버스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일반 폭탄과의 근본적인 설계 철학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 일반 공대지 폭탄 (General-Purpose Bomb): Mk.82(500파운드)나 Mk.84(2000파운드)와 같은 일반 폭탄은 지상 또는 지상에 가까운 목표물에 대한 폭풍 및 파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폭발력을 외부로 최대한 방출하기 위해 케이싱이 상대적으로 얇게 제작됩니다. 이들은 강화 콘크리트나 두꺼운 흙더미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 표준 관통탄두 (Standard Penetrator Warhead): BLU-109는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입니다. 약 1인치(2.54cm) 두께의 단단한 강철 케이싱을 가진 2000파운드급 관통탄두로, 수 피트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GBU-24 페이브웨이 III나 GBU-31 JDAM 등 여러 정밀유도폭탄의 탄두로 사용되는 ‘워크호스’이지만, 수십 미터 지하에 위치한 목표물에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 벙커버스터 (Bunker Buster): GBU-28이나 GBU-57 같은 진정한 벙커버스터의 차별점은 ‘극단적인 질량’과 ‘초고강도 케이싱’에 있습니다. GBU-28은 2.2톤, GBU-57은 무려 13.6톤에 달하는 무게를 자랑합니다. 이 엄청난 질량은 폭발력뿐만 아니라, 목표 충돌 시 막대한 운동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폭탄 전체 무게에서 케이싱이 차지하는 비중이 GBU-57의 경우 8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인데, 이는 고속으로 암반이나 콘크리트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과 응력을 견디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설계입니다.  

이러한 설계 차이는 ‘버든 계수(Burden Coefficient, 폭발물 중량/전체 중량)’라는 지표로 명확히 드러납니다. GBU-57 MOP의 버든 계수는 약 18% (~2.4톤/~13.6톤)에 불과합니다. 반면, 폭발력에 집중한 GBU-43 MOAB(공중폭발탄)은 약 89% (~8.5톤/~9.5톤)에 달합니다. 이는 벙커버스터의 제1 목표가 ‘폭발’이 아닌 ‘도달’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폭탄의 거의 모든 역량을 목표 지점까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배달’하는 데 쏟아붓는 것입니다.  

3. 관통 메커니즘(속도·질량·초고강도 케이싱)

벙커버스터의 관통력은 세 가지 핵심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됩니다.

  • 속도와 질량이 만드는 운동 에너지: 물리학의 기본 공식()처럼, 관통력은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B-2 스텔스 폭격기 등이 12,000m (~40,000피트) 이상의 고고도에서 폭탄을 투하하면,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폭탄은 지상 충돌 직전 아음속(subsonic) 또는 초음속(supersonic)에 가까운 속도에 도달합니다. 13.6톤짜리 쇳덩어리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내리꽂히는 힘은 그 자체로 엄청난 파괴력을 갖습니다.  
  • 단면 밀도(Sectional Density)와 형태: 벙커버스터는 대부분 길고 좁은, 흡사 거대한 다트나 창과 같은 형태를 띱니다. 이는 동일한 질량이라도 단면적을 좁혀 단위 면적당 가해지는 압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높은 단면 밀도는 목표물의 저항을 뚫고 나아가는 효율을 높여줍니다.  
  • 초고강도 케이싱의 역할: 관통의 성패를 가르는 마지막 열쇠는 케이싱입니다. 만약 충돌 순간 케이싱이 깨져버린다면 모든 운동 에너지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초기 GBU-28은 자주포 포신을 재활용했지만 , 최신 GBU-57 MOP의 케이싱은 이음새 없는 단일 합금강(Eglin steel)을 통째로 깎아 만듭니다. 이는 구조적 약점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여 암반이나 콘크리트와의 충돌 시 발생하는 상상 초월의 응력을 견뎌내기 위함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벙커버스터는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 목표 심도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의 운동 에너지와 구조적 온전성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격 즉시 폭발하지 않고 설정된 깊이까지 도달한 후 폭발을 일으키는 ‘지연 신관(Delayed Fuze)’이 지하 요새에 치명타를 날리는 화룡점정이 됩니다.

1991년 걸프전 (AI 이미지)

 

II. 대표 기종 스펙 비교

벙커버스터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각 대표 기종의 특징을 서술 형태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모바일 가독성을 위해 표 형식은 부록에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1. GBU-28 (BLU-113) - '걸프전의 해결사'

GBU-28은 현대 벙커버스터의 효시로, 걸프전의 시급한 요구에 부응하여 탄생한 5,000파운드(약 2.2톤)급 레이저 유도 폭탄입니다. 길이는 약 5.8m, 직경은 37cm이며, BLU-113이라는 관통자 내부에 630파운드(약 286kg)의 트리토날(Tritonal) 고폭탄을 탑재합니다. 성능상으로는 일반 흙 30m 이상 또는 강화 콘크리트 6m를 관통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초기 모델은 반능동 레이저 유도 방식을 사용해 지상이나 항공기에서 ‘지시(painting)’해주는 레이저 지점을 따라 목표에 명중했습니다. 이후 GBU-28B/C와 같은 개량형에서는 GPS/INS 유도 기능이 추가되어 전천후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2. GBU-57A/B MOP (Massive Ordnance Penetrator) - '궁극의 벙커 파괴자'

GBU-57 MOP(대형 관통탄)는 현존하는 재래식 벙커버스터의 정점이자 최강자입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기존 무기로는 파괴할 수 없는 더 깊고 견고한 지하 시설의 위협이 대두되면서 개발되었습니다. 무게는 무려 30,000파운드(약 13.6톤)에 달하며, 길이는 6.2m, 직경은 80c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탄두로는 지하 공간에서의 폭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별히 배합된 5,342파운드(약 2,423kg)의 AFX-757 및 PBXN-114 폭약이 충전되어 있습니다. GBU-57의 관통력은 흙 60m 또는 5,000psi급 강화 콘크리트 18m로 추정되며, 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이 거대한 폭탄은 오직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와 미래의 B-21 레이더 폭격기만이 운용할 수 있습니다.  

3. BLU-109/118 시리즈 - '전천후 관통탄의 표준'

BLU-109는 완성된 폭탄이 아니라, 다양한 정밀유도폭탄의 핵심을 이루는 2,000파운드(약 907kg)급 관통 ‘탄두’입니다. GBU-24 페이브웨이 III, GBU-31 JDAM 등 수많은 미군 항공폭탄의 심장부 역할을 하며, 1인치 두께의 단단한 강철 케이싱 안에 550파운드(약 250kg)의 트리토날 폭약을 담고 있습니다. BLU-109는 벙커버스터 계의 ‘워크호스’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진화는 BLU-118의 등장입니다. BLU-118은 BLU-109의 탄두를 열압력(thermobaric) 폭약으로 교체한 파생형입니다. 열압력탄은 폭발 시 주변 산소를 급격히 소모하며 고온·고압의 화염과 충격파를 일반 폭약보다 훨씬 오래 지속시킵니다. 이 특성 때문에 동굴이나 터널 같은 폐쇄된 공간 내부의 목표물을 소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아프가니스탄의 동굴 소탕 작전 등에서 실전 사용되었습니다.  

4. AGM-158D JASSM-XR ‘딥펜’(스텔스 관통 미사일) - '보이지 않는 창'

AGM-158 JASSM(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은 벙커버스터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고고도에서 투하되는 중력 폭탄이 아니라, 자체 추진력을 가진 장거리 스텔스 순항 미사일에 관통 능력을 부여한 것입니다. 특히 최신형인 JASSM-XR(Extreme Range)은 사거리가 1,500마일(약 2,400km)을 넘어, 발사 플랫폼인 전투기나 폭격기가 적의 최신 방공망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한 원거리에서 목표를 타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는 GBU-28과 같은 단거리 활공 폭탄에 비해 생존성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집니다. JASSM-XR은 1,000파운드(약 450kg)급의 WDU-42/B 관통탄두를 탑재하고 있으며,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형상으로 설계되어 적의 방어망을 뚫고 깊숙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 무기의 등장은 중요한 전략적 질문을 던집니다. JASSM-XR은 450kg의 탄두를 2,400km 이상 운반할 수 있는데, 이는 대량살상무기(WMD) 운반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의 수출을 통제하는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의 Category I 기준(500kg 이상 탄두를 300km 이상 운반)에 매우 근접합니다. 이처럼 강력한 재래식 무기의 등장은 동맹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력 제공과 국제 비확산 체제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새로운 외교적·정책적 딜레마를 낳고 있습니다.  

5. 타국 모델: 독일 HOPE/HOSBO, 영국 “스톰 셰도” 관통형

미국 외 다른 국가들도 독자적인 벙커버스터를 개발해왔습니다.

  • 독일 HOPE/HOSBO: 독일의 딜 디펜스(Diehl Defence)가 개발한 정밀유도 활공폭탄 계열입니다. HOPE(고성능 관통탄)는 1,400kg 중량에 16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지며, GBU-28보다 뛰어난 관통력을 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HOSBO는 더 가볍고 모듈화된 버전입니다.  
  • 영국/프랑스 스톰 섀도/SCALP-EG: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1,300kg급 장거리(560km 이상) 스텔스 순항 미사일입니다. 이 미사일의 핵심 기술은 ‘BROACH(Bomb Royal Ordnance Augmented Charge)’라 불리는 2단 탄두입니다. 먼저 작은 선구탄두(precursor charge)가 목표물의 콘크리트 외벽을 뚫어 구멍을 내면, 그 구멍으로 주 관통탄두(follow-through charge)가 더 깊숙이 침투하여 내부에서 폭발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GBU 계열의 무지막지한 운동 에너지와는 다른,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견고한 목표를 무력화하는 접근법입니다.
    걸프전의 해결사 벙커버스터 (AI 이미지)


III. 제원 & 성능 파고들기

1. 탄체 길이·중량·폭발물 충전량(버든계수)

앞서 언급했듯이, 벙커버스터의 성능을 논할 때 버든 계수는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관통탄의 낮은 버든 계수는 성능 부족이 아니라, ‘관통’이라는 특수 목적을 위해 폭발력을 희생하고 케이싱의 강도와 질량에 모든 것을 투자한 고도로 전문화된 설계의 증거입니다.  

 

탄체의 형상 또한 목적에 따라 최적화됩니다. GBU-28의 길고 가는 ‘다트’ 형태는 안정적인 비행궤적과 높은 단면 밀도를 통해 관통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반면 GBU-57의 거대한 직경은 그 엄청난 규모의 탄두를 탑재하면서도 구조적 강성을 유지해야 하는 물리적 필요성의 결과물입니다.  

2. 관통 심도—‘2m 강화 콘크리트 vs 60m 흙’을 어떻게 돌파하나

벙커버스터의 관통 능력은 목표물의 재질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 강화 콘크리트 돌파: 강화 콘크리트를 뚫는 것은 단순히 단단함을 이기는 것 이상의 과제입니다. 내부의 철근(rebar)을 끊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통탄의 초고강도 강철 노즈와 막대한 운동 에너지는 콘크리트를 분쇄함과 동시에 철근을 절단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흙과 암반 돌파: 흙이나 일반 암반을 뚫는 것은 다른 메커니즘입니다. 폭탄은 자신의 운동량을 이용해 앞을 가로막는 물질을 옆으로 밀어내며 ‘헤엄치듯’ 나아갑니다. GBU-57이 60m의 흙을 관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운동 에너지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지하 깊숙이 파고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충돌 속도의 중요성: 속도가 빠를수록 운동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일부 미래형 관통탄 개념에서는 충돌 직전 로켓 부스터를 점화하여 극초음속으로 충돌시키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충격 지점의 콘크리트가 순간적으로 액상화(liquefaction)되어 관통자가 훨씬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군 당국이나 제조사가 발표하는 ‘관통 심도’ 수치에 어느 정도의 의도적인 모호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GBU-57의 관통력에 대해 ‘60m의 불특정 물질’ , ‘60m의 흙 또는 18m의 콘크리트’ 등 다양한 수치가 언급됩니다. 이는 단순히 기밀 때문만이 아닙니다. 정확하고 보장된 수치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적대국이 방어 시설을 구축할 때 ‘예상 평균치’가 아닌 ‘가능한 최대치’에 맞춰 과도하게 설계하도록 강요하는 전략적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방어 비용과 건설 난이도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심리전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3. 유도 방식(GLONASS·GPS/INS·레이저·데이터링크)

벙커버스터의 ‘눈’ 역할을 하는 유도 방식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비약적으로 진화했습니다.

  • 레이저 유도 (Laser Guidance): GBU-28 초기형에 사용된 방식으로, 목표물에 반사된 레이저 빛을 따라가는 반능동(semi-active) 시스템입니다. 매우 정밀하지만, 날씨가 맑아야 하고 레이저를 조사하는 플랫폼이 목표 근처에 머물러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 GPS/INS 유도: JDAM과 GBU-57 등 현대 무기의 표준입니다. 관성항법장치(INS)가 폭탄의 움직임을 자체적으로 추적하고, GPS 위성 신호가 주기적으로 오차를 보정해줍니다.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이 가능하고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GPS 전파 방해(jamming)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 영상 적외선(IIR) 시커: JASSM이나 스톰 섀도 같은 순항 미사일의 최종 유도 단계에서 사용됩니다. 미사일이 목표 지역의 실시간 적외선 영상을 미리 저장된 3D 모델과 비교(DSMAC)하여 환풍구나 출입문 같은 특정 지점을 정확히 타격합니다.  
  • 데이터링크: 최신 순항 미사일에 적용되는 기술로, 비행 중인 미사일에 새로운 목표 정보를 전송하거나 임무를 중단시키는 등 유연한 작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4. 뇌관(지연·다중 타이머)과 내부 충전물의 진화

벙커버스터의 ‘뇌’에 해당하는 신관(fuze)과 ‘심장’인 폭약 역시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 단순 지연에서 스마트 신관으로: 초기 신관은 충돌 후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터지는 단순한 타이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스마트 신관’은 훨씬 정교합니다. GBU-57의 LPSF(대형 관통탄 스마트 신관)는 특정 깊이나 여러 개의 층을 통과한 후에 폭발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 공동 감지 신관 (Void-Sensing Fuze): 신관 기술의 최신 트렌드입니다. 이 신관은 가속도계나 마이크로폰 같은 센서를 내장하여, 폭탄이 단단한 벽을 뚫고 지휘실이나 격납고 같은 텅 빈 공간(void)에 진입한 것을 감지하고 폭발합니다. 이는 폭발력을 주변 암반이 아닌 목표 공간 내부에서 극대화하여 파괴 효과를 보장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 폭약의 진화:
    • 트리토날 (Tritonal): GBU-28과 BLU-109에 사용된 전통적인 폭약으로, TNT에 알루미늄 분말을 섞어 폭발력과 온도를 높인 것입니다.  
    • PBXN/AFX (둔감 폭약): GBU-57 MOP에 사용되는 최신 고분자 결합 폭약입니다. 취급이 안전하고 충격에 둔감하면서도,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압력파를 생성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열압력 폭약 (Thermobaric): BLU-118에 사용되며, 연료-공기 폭발을 일으켜 동굴이나 터널 네트워크 내부의 산소를 모두 태워버리는 ‘질식’ 효과를 냅니다.
      벙커 버스터 이송 장면 (AI 이미지)


IV. 실제 투입 사례 & 성과

1. 걸프전 GBU-28: 이라크 알투와이타 핵사지하시설

1991년 2월 27일 밤, 걸프전 종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GBU-28은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F-111F 전폭기 두 대가 각각 한 발의 GBU-28을 싣고 이라크 알 타지 공군기지의 지하 벙커로 향했습니다. 이 벙커는 이전의 수차례 폭격에도 끄떡없던 곳이었습니다. 첫 발은 목표 식별 오류로 빗나갔지만, 두 번째 GBU-28은 정확히 명중하여 두꺼운 강화 콘크리트 지붕을 뚫고 들어가 내부 시설을 완벽하게 파괴했습니다. 이 한 번의 성공은 벙커버스터라는 무기 체계의 개념을 입증하고 그 위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이 작전의 배경에는 알 투와이타(Al Tuwaitha)와 같은 이라크의 핵 개발 의심 시설에 대한 전략적 우려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GBU-28이 직접 알 투와이타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이처럼 견고한 지하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GBU-28 개발의 근본적인 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무기는 비극을 낳기도 했습니다. 1991년 2월 13일, 미군은 바그다드의 아미리야(Amiriyah) 지역에 있던 한 시설을 지휘통제소로 오인하고 두 발의 GBU-27(GBU-28의 2,000파운드급 선행 모델)을 투하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수백 명의 민간인이 대피해 있던 공공 방공호였고, 이 공격으로 400명이 넘는 민간인이 희생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벙커버스터의 파괴력이 부정확한 정보와 결합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훈으로 남아있습니다.  

2. 아프간 토라보라 동굴(2001)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은 토라보라(Tora Bora) 산악지대의 복잡한 동굴 네트워크에 숨어든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했습니다. 이곳은 자연 동굴과 인공 터널이 거미줄처럼 얽힌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미군은 이 동굴망을 파괴하기 위해 1,000발이 넘는 정밀유도폭탄을 포함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특히 동굴과 같은 폐쇄 공간에 효과적인 BLU-118 열압력탄이 이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거대한 15,000파운드급 BLU-82 ‘데이지 커터’도 투하되었지만, 이는 관통탄이 아닌 지표면 폭발용 무기로 주로 심리적 충격과 광역 제압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화력 투사에도 불구하고 오사마 빈 라덴은 토라보라를 탈출했습니다. 이 실패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문제는 폭탄의 파괴력이 아니라, 광활하고 깊은 동굴망 속에서 정확한 목표의 위치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벙커를 어떻게 파괴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벙커 안의 어느 방을 파괴할 것인가’라는 정밀한 정보(Intelligence)의 문제에 직면한 것입니다. 이 경험은 이후 더 정교한 정보·감시·정찰(ISR) 자산과 표적의 내부 공간을 감지하는 공동 감지 신관(void-sensing fuze)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GBU-57 실사격 시험 – 60m 콘크리트 관통 영상 분석

GBU-57 MOP의 성능 검증은 주로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샌즈(White Sands) 미사일 시험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기밀 해제된 실제 시험 영상은 없지만, 언론에 공개된 CG 애니메이션이나 시험 사진을 통해 그 위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B-2 폭격기에서 투하된 MOP가 격자형 그리드 핀(Grid Fin)으로 자세를 제어하며 낙하, 지면에 충돌하며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키고 깊숙이 파고든 뒤, 잠시 후 지표면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는 지하 폭발의 모습은 이 무기의 작동 원리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 즉 ‘60m 콘크리트 관통’ 신화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제인스(Janes)와 같은 전문 분석 기관과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MOP의 관통력을 ‘흙 60m’ 또는 ‘5,000psi급 강화 콘크리트 약 18m(60피트)’로 평가합니다. ‘60m 콘크리트’라는 와전된 정보는 초기 보도 과정에서 미터(meter)와 피트(feet), 그리고 흙(earth)과 콘크리트(concrete)의 개념이 혼동되면서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4. 2025년 이란 지하 핵시설 타격 가정 시뮬레이션

현대 벙커버스터의 능력을 가늠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이란의 포르도(Fordow) 우라늄 농축 시설 타격입니다.

  • 목표 (포르도): 이란 쿰(Qom) 인근 산속 깊은 곳, 지하 80~90m 암반 아래 건설된 포르도 시설은 HDBT의 전형입니다. 이스라엘이 보유한 GBU-28 등으로는 파괴가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 수단 (GBU-57 MOP): CSIS, RAND, IISS 등 세계적인 싱크탱크들의 분석에 따르면,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GBU-57 MOP가 포르도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재래식 무기로 꼽힙니다.  
  • 전략 (탠덤 타격): 단 한 발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원투 펀치’ 방식의 탠덤(Tandem) 타격입니다. 첫 번째 MOP가 동일 지점을 타격해 상부의 암반과 콘크리트 방호층을 약화시키고 깊은 크레이터를 만들면, 곧이어 두 번째 MOP가 약화된 지점을 정확히 다시 타격하여 최종적으로 시설 내부까지 관통해 파괴하는 전략입니다.  
  • 전략적 고려사항: 포르도 타격은 기술적 문제를 넘어 복잡한 지정학적 방정식입니다.
    • 군사적 위험: MOP를 사용하더라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포르도 내부의 정확한 구조, 지질학적 특성 등 미지수가 많아 실패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 확전 위험: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은 이란의 보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나 동맹국에 대한 공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한 국제 유가 급등 등 전면적인 지역 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이 큽니다.  
    • 핵확산 역설: 공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 사례처럼, 공격을 받은 국가는 재래식 공격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더욱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더욱 깊고 비밀스러운 곳으로 숨게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핵확산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역설을 낳습니다.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GBU-57 MOP (AI 이미지)


V. ‘지하 70m 시대’—방어 vs 공격 기술 경쟁

벙커버스터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이를 막기 위한 방어 기술의 진화를 촉발시켰습니다. 창과 방패의 경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1. 고강도 섬유 콘크리트·다층 벙커 설계 트렌드

  • UHPC의 등장: 방어 기술의 최전선에는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Ultra-High Performance Concrete)’가 있습니다. 일반 군용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가 약 5,000psi 수준인 데 반해, UHPC는 30,000~40,000psi를 넘어서는 경이적인 강도를 자랑합니다.  
  • UHPC의 비밀: 이러한 강도는 매우 낮은 물-결합재비와 석영 가루 같은 미세 골재를 사용해 극도로 조밀한 내부 구조를 만드는 데서 나옵니다. 여기에 강철이나 합성 섬유를 섞은 UHPFRC(초고성능 섬유보강 콘크리트)는 관통탄이 충돌하더라도 섬유가 콘크리트를 붙잡아주어 파편화(spalling)를 막고 충격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다층 방어벽: 최신 지하 벙커는 단일한 방어벽이 아닌, 여러 겹의 이질적인 재료로 구성된 다층 방어 개념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지표면의 흙, 그 아래의 암반, 다시 UHPC 층, 그리고 충격 흡수를 위한 빈 공간(void), 그 아래에 다시 강화 콘크리트 내부 구조물을 배치하는 식입니다. 이는 관통탄이 각 층을 뚫을 때마다 운동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비행 궤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최종 목표 도달을 저지하기 위함입니다.  

2. 관통탄 업그레이드: 텅스텐 합금·초고속 활공滑空 플랫폼

공격 기술 역시 방어 기술의 발전에 맞춰 진화하고 있습니다.

  • 텅스텐 관통자: 강철보다 더 강력한 관통력을 얻기 위한 해답은 ‘텅스텐 합금’입니다. 텅스텐은 강철보다 밀도가 약 3배 가까이 높고 녹는점도 매우 높아, 동일한 크기의 탄두를 더 무겁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운동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충돌 시 탄두의 변형을 최소화하여 UHPC와 같은 초고강도 목표물에 대한 관통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소재입니다.  
  • 차세대 관통탄 (NGP): 미 공군은 GBU-57 MOP의 뒤를 이을 ‘차세대 관통탄(NGP, Next Generation Penetrator)’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NGP의 목표는 MOP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관통력을 가지면서도 크기와 무게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B-2/B-21 같은 전략폭격기뿐만 아니라 F-35, F-15EX 같은 전술기에도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텅스텐 같은 고밀도 신소재 적용과 함께, 로켓 부스터를 이용한 충돌 속도 증가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 활공 플랫폼: HOPE/HOSBO와 같이 폭탄에 날개를 다는 활공 키트는 중력에만 의존하는 자유낙하 폭탄보다 훨씬 긴 사거리를 제공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합니다.  

3. 극초음속 관통 무기 개발 현황

벙커버스터의 미래는 ‘속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무기는 관통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극초음속 무기의 종류: 자체 엔진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HCM)과, 로켓에 실려 고고도까지 올라간 뒤 활공하며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로 나뉩니다.  
  • 전략적 가치: 극초음속 무기의 진정한 위력은 단순히 빠른 속도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기동하며 비행한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 관통 무기로서의 잠재력: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돌진하는 HGV가 가진 운동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거대한 폭약 없이도 순수한 운동 에너지 자체만으로 UHPC로 만들어진 지하 벙커를 분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이는 현재의 방어 기술로는 막을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TBG(전술 부스트 글라이드), OpFires(작전 화력)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미래 무기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지하벙커 (AI 이미지)


VI. 국제 규제와 윤리 이슈

벙커버스터의 압도적인 파괴력은 필연적으로 복잡한 국제법 및 윤리적 문제를 동반합니다.

1. 핵·화생방 시설 파괴 시 2차 오염 위험

재래식 벙커버스터로 핵·생물·화학(NBC) 무기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목표물 파괴에는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위험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어 광범위한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우라늄 농축 시설 (예: 포르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포르도와 같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타격할 경우 주된 위험은 방사능 낙진보다는 화학적 독성입니다. 시설에서 사용되는 육불화우라늄(UF6) 가스는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하여 인체에 치명적인 불화수소산(hydrofluoric acid)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육불화우라늄은 공기보다 무거워 멀리 퍼지지 않고, 벙커버스터 공격으로 시설이 붕괴될 경우 대부분이 지하에 매몰될 가능성이 커 광범위한 오염 위험은 비교적 낮다는 게 중론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이란 나탄즈 시설 피격 당시, 시설 외부의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 원자로 및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예: 부셰르): 이는 훨씬 더 위험한 시나리오입니다. 가동 중인 원자로 노심이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가 파괴될 경우, 체르노빌 사고처럼 세슘-137, 스트론튬-90 등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인접 국가까지 오염시키는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민간 피해 최소화를 위한 PGM(정밀유도탄) 규격

모든 군사 공격은 국제인도법(IHL), 즉 전쟁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벙커버스터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 전쟁법의 핵심 원칙:
    • 구별의 원칙 (Distinction): 공격은 군사 목표물에 한정되어야 하며, 민간인이나 민간 시설을 겨냥해서는 안 됩니다.  
    • 비례의 원칙 (Proportionality): 예상되는 군사적 이익에 비해 부수적인 민간인 피해가 과도해서는 안 됩니다.  
    • 주의의 원칙 (Precaution): 공격 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PGM과 전쟁법: 정밀유도무기(PGM)는 정확도를 높여 부수적 피해를 줄임으로써 이러한 전쟁법 원칙 준수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아미리야 방공호 폭격 사건에서 보듯, 무기의 정밀성은 표적 정보의 정확성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정밀 타격은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 제네바 협약 추가의정서 I: 이 조약은 전쟁법의 원칙들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58조 b항은 공격자뿐만 아니라 방어자에게도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군사 목표를 인구 밀집 지역 내부 또는 근처에 위치시키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여,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3. 무기수출통제 레짐(MTCR·Wassenaar) 속 ‘관통탄’ 항목

강력한 벙커버스터 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여러 수출통제 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MTCR): 35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로, WMD 운반 능력을 가진 미사일 및 무인기의 확산을 막는 것이 목표입니다.  
    • Category I: 가장 민감한 품목으로, ‘500kg 이상의 탄두를 300km 이상 운반할 수 있는’ 로켓 및 무인기 시스템이 해당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수출은 사실상 금지되며(strong presumption of denial), 생산 시설 수출은 절대적으로 금지됩니다.  
    • 벙커버스터와의 관계: GBU-28/57과 같은 중력 폭탄은 해당되지 않지만, JASSM-XR이나 스톰 섀도 같은 장거리 관통 순항 미사일은 MTCR Category I의 기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충족하여 수출에 엄격한 제약을 받습니다.  
  • 바세나르 체제 (Wassenaar Arrangement): 재래식 무기와 이중용도 품목 전반을 포괄하는 더 광범위한 수출통제 체제입니다.  
    • 군수품 목록 (Munitions List): 바세나르 체제의 군수품 목록은 벙커버스터를 명확히 통제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ML2는 12.7mm 초과 구경의 무기(포, 발사기 등)를, ML4는 폭탄, 로켓, 미사일 등을 포함합니다. 벙커버스터와 그 유도장치, 부품 등은 이 목록에 따라 회원국들의 엄격한 수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VII. 한국군 보유·도입 계획은?

한반도의 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군 역시 적의 지하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관통탄 능력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1. 국산 ‘KEPD-350K 관통 개량형’ 진행 상황

현재 한국 공군은 F-15K 슬램이글 전투기에 탑재하여 운용하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 ‘타우러스(Taurus) KEPD-350K’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500km 이상의 사거리와 강력한 2단 MEPHISTO 관통탄두를 자랑하는 이 미사일은 한국군의 핵심적인 원거리 타격 자산입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국산 경공격기 FA-50에 탑재하기 위한 ‘KEPD-350K-2’의 공동 개발입니다. 타우러스 시스템즈와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협력하여 개발 중인 이 미사일은 기존 타우러스보다 작고 가볍게(약 907kg) 설계되었습니다. 이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국산 FA-50 전투기는 강력한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어 독자적인 전략적 가치와 수출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2. F-35A + GBU-57 통합 가능성 논의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에 GBU-57 MOP를 통합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는 정책이나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물리적 한계 때문입니다.

  • 중량의 한계: GBU-57의 무게는 약 13,600kg(30,000파운드)에 달합니다. 반면, F-35A의 최대 무장 탑재량은 약 8,160kg(18,000파운드)에 불과합니다. F-35A는 GBU-57을 들어 올릴 수조차 없습니다.  
  • 크기의 한계: GBU-57은 B-2 스피릿과 같은 대형 전략폭격기의 내부 무장창에 탑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F-35A의 내부 무장창은 2,000파운드급 JDAM 정도의 무장을 수납할 수 있을 뿐이며, 이 거대한 폭탄을 외부에 장착하는 것 또한 기체 구조 및 공기역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F-35A에 GBU-57을 통합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습니다. 만약 한국이 GBU-57급의 관통탄 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이는 B-2나 B-21과 같은 전략폭격기 도입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략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3. 국내 연구기관 ‘초고속 관통체’ 실험 결과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미래 관통탄 기술 확보를 위해 심도 있는 기초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ADD 연구진들이 발표한 논문들은 한국이 단순히 해외 무기 도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주요 연구 분야:
    • 관통자 형상 및 비행 안정성 연구: 관통탄의 탄두 형상이 속도와 비행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목표물에 최적의 각도로 충돌하게 하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이는 관통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 최적 관통자 형상 설계: 인공지능(AI)과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하여, 충돌 시 변형을 최소화하면서 관통 깊이를 최대로 하는 최적의 탄두 노즈 형상(예: 높은 CRH 값을 가진 오자이브 형태)을 도출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 고속 충돌 시 재료 거동 연구: 초고속 충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금속 재료가 어떻게 변형되고 파괴되는지를 분석하는 기초 연구는 더 강력한 관통자와 더 견고한 방호재를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당장 ‘한국형 MOP’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한국이 독자적인 첨단 관통 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과학적·기술적 토대를 쌓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전략적 의미가 매우 큽니다. 이는 단기적인 무기 구매를 넘어, 장기적인 국방 기술 자립을 향한 투자입니다.


VIII. 앞으로의 관통전(貫通戰) 시나리오

벙커버스터와 지하 방호 시설의 경쟁은 미래 전장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기술 발전에 기반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1. 2030년 ‘스마트 땅속 드론’ 가능성

미래의 관통전은 단순히 하늘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목표 지역까지 비행한 모선(Mothership) 미사일이나 드론이 다수의 소형 자율 드론을 살포하는 개념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이 소형 드론들은 초기 폭발로 생긴 균열이나 기존의 터널 입구를 통해 지하 시설 내부로 침투합니다. 기어 다니거나, 비행하거나, 심지어 땅을 파고 들어가는 형태로 진화하여, 거미줄 같은 지하 벙커 네트워크를 탐사하고 지휘통제실이나 무기고 같은 핵심 노드를 정확히 식별해낼 수 있습니다. 이 드론들이 직접 자폭하거나 후속 정밀 타격을 유도함으로써, 과거 토라보라에서 겪었던 ‘목표를 찾지 못하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AI 기반 실시간 지하 레이더 매칭·타격 패키지

현재 지표면 아래를 탐사하는 것은 지상 침투 레이더(GPR) 등에 의존하지만,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AI)이 이 과정을 혁신할 것입니다.  

 

고고도 정찰기나 위성이 GPR, 전자기파, 지진파 등 다양한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융합·분석하여 지하 구조물의 3D 지도를 즉각적으로 생성합니다. AI는 이 지도를 기존 정보와 대조하여 지하 벙커의 정확한 위치와 구조를 식별하고, 가장 취약한 지점을 타격 목표로 자동 선정합니다. 그리고 이 표적 정보를 대기 중인 JASSM-XR과 같은 타격 자산에 전송하여, 탐지에서 타격까지의 전 과정(Find-Fix-Track-Target-Engage)이 수 분 내에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지능형 타격 패키지’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3. 핵심 인프라 보호·파괴 전략의 변화

미래의 전쟁에서 벙커버스터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는 군사 시설을 넘어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 핵심 인프라의 요새화: 적대국들은 군사적 충돌 시 자국의 전쟁 수행 능력과 사회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통신, 교통, 데이터 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지하 깊숙한 곳에 건설하여 보호하려 할 것입니다. 미국의 샤이엔 마운틴 복합단지처럼, 국가의 신경망 자체가 지하 요새화되는 것입니다.  
  • 인프라 파괴전: 반대로, 적국의 지하화된 핵심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적의 군대를 격파하는 것보다, 지하에 숨겨진 전력망이나 통신 허브를 마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벙커버스터는 단순한 전술 무기를 넘어, 21세기 강대국 경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부록

[인포그래픽] 1, 5, 13, 30톤급 관통탄 관통심도 비교

무기 체계 (클래스) 총 중량 탄두 중량 관통 심도 (흙/연암) 관통 심도 (5,000psi 강화 콘크리트) 관통 심도 (10,000psi+ 초고강도 콘크리트)
BLU-109 (2,000 lb / 약 1톤급) 약 907 kg 약 250 kg - 약 1.8 m -
GBU-28 (5,000 lb / 약 2.5톤급) 약 2,268 kg 약 286 kg 약 30 m 약 6 m -
GBU-57 MOP (30,000 lb / 약 14톤급) 약 13,600 kg 약 2,423 kg 약 60 m 약 18 m 약 8 m (10,000psi 기준)

주: 위 수치는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이며, 실제 관통력은 지질, 콘크리트 강도, 충돌 각도 및 속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30,000psi를 넘어서는 최신 UHPC에 대한 관통력은 급격히 감소할 수 있습니다.   

논문·군사 평가 보고서 추천 리스트 (RAND, DIA, IISS)

  • RAND Corporation
    • Assessing the Effectiveness of the International Counterproliferation Program (TR-981): WMD 확산 방지 정책 프레임워크 이해.  
    •  
    • Modeling Decisionmaking of Potential Proliferators (MR-467): 이란과 같은 잠재적 확산국의 전략적 의사결정 모델 분석.  
    • Countering the Proliferation of Chemical Weapons (MR-207): 2차 오염 위험 관련 심층 분석.  
  • Defense Intelligence Agency (DIA)
    • Underground Facilities (UGF) 관련 보고서: 1999년 UGF를 ‘가장 어려운 도전’으로 명시한 평가 보고서 및 로널드 버지스 전 국장의 의회 증언 등. 벙커버스터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배경 자료.  
  •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IISS)
    • 이란 핵 프로그램 및 포르도 시설 관련 분석 보고서: 이란 핵 위기, 포르도 시설에 대한 군사적 옵션, 중동의 전략 균형 등에 대한 전문가 분석. 이 글의 4장 시뮬레이션에 깊이를 더해주는 자료.  

국제 항공우주 박람회 벙커버스터 실물 전시 일정

주의: GBU-57과 같은 실제 대형 무기 완제품이 전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관련 제조사들이 자사 부스에서 모형, 시뮬레이션, 유도 키트 등 관련 기술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 파리 에어쇼 (Paris Air Show)
    • 장소: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
    • 일정: 2025년 6월 16일 ~ 22일 (전문가: 16-19일, 일반: 20-22일)  
    • 주요 참가 예상 기업: Boeing, RTX(Raytheon), MBDA 등  
  • 판버러 국제 에어쇼 (Farnborough International Airshow)
    • 장소: 영국 판버러
    • 일정: 2026년 7월 20일 ~ 24일  
    • 특징: 유럽 최대의 방산 에어쇼 중 하나로, MBDA 등 유럽 기업들의 참가가 활발합니다.
  • 싱가포르 에어쇼 (Singapore Airshow)
    • 장소: 싱가포르 창이 엑시비션 센터
    • 일정: 2026년 2월 3일 ~ 8일  
    • 특징: 아시아 최대 항공우주 및 방산 전시회로, 아태 지역 안보와 관련된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에 좋습니다.

참고자료

  • CSIS - Options for Targeting Iran’s Fordow Nuclear Facility
  • RAND Corporation - Assessing the Effectiveness of the International Counterproliferation Program
  • IISS - The Challenges Involved in Military Strikes Against Iran's Nuclear Programme
  • U.S. Air Force - GBU-28 Paveway III Fact Sheet
  • U.S. Air Force - GBU-57A/B MOP Fact Sheet
  • 연합뉴스 - [단독] 美, '벙커버스터' GBU-57 이란 핵시설에 투하...
  • 중앙일보 - 지하 60m 뚫는 '벙커버스터', 현무-4와 원리 달라
  • 조선일보 - 美, 지하 60m 파고드는 수퍼 '벙커버스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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